여행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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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실시간 이용후기
라일락 : 2023,06,23 17:36   |   조회수 : 110
잠시 후 영화가 시작되었다.

영화는 초반부터 사람들의 비명 소리와 피가 낭자한 장면이 쉴 새 없이 쏟아져 나왔다.

점점 더 고조되는 스토리 속에 장면들 또한 점점 더 잔인해져 갔다.

여기저기 놀라서 소리를 지르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렸지만 이나는 두 눈을 초롱초롱 빛내며 화면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스타실시간 역시 쉬지 않고 팝콘 통과 나초 통을 열심히 왔다 갔다 했다.

중간중간 야무지게 콜라까지 마셔가며 영화에 집중하는 이나의 모습을 보니 주원은 슬며시 웃음이 나오려고 했다.

한참 동안 팝콘을 신나게 먹어대던 이나가 팝콘에 전혀 손대지 않는 주원을 보고는 팝콘 통을 주원에게 내밀었다.

주원이 됐다며 고개를 젓자 이나가 팝콘을 한 주먹 꺼내더니 주원의 손 위에다 친절하게 쥐여줬다. 주원이 쳐다보자 이나가 먹으라는 제스처를 취하며 씩 웃었다.

주원이 픽 웃으며 알겠다고 고개를 끄덕이고는 팝콘을 입으로 가져갔다.

영화가 후반부로 치닫자 눈 뜨고는 볼 수 없을 만큼 끔찍하게 잔인한 장면이 연속으로 나왔다.

여기저기서 경악에 찬 소리들이 들리더니 일어나서 상영관을 나가 버리는 사람까지 있었다.

주원이 힐끗 옆을 바라보니 감정의 동요라곤 전혀 없이 팝콘을 아주 맛있게도 먹고 있는 이나가 보였다.

그 모습이 왠지 웃겨 주원이 또 픽, 하고 웃는데 고개를 돌린 이나가 주원과 눈이 마주쳤다.

그러자 이나가 미소를 지으며 다시 팝콘을 한 주먹 꺼내서 주원의 손에 쥐여줬다.

마더 테레사 같은 이나의 자애로움에 주원이 또다시 팝콘을 입으로 가져갔다.

* * *

영화는 4시 10분에 끝이 났다.


“아. 정말 재밌게 봤다.”

이나가 기지개를 켜며 말했다.


“생각보다 꽤 잔인하던데 너 잘 보더라?”

주원이 웃으며 말하자 이나가 한쪽 눈을 찡긋거리며 말했다.


“에이, 왜 이래? 선수끼리.”

“큭.”

‘선수’라는 말에 주원이 웃음을 터트렸다.

두 사람은 자리에 놔둔 팝콘 통과 콜라 잔을 들고 상영관을 나왔다.


“이제 뭐 할까?”

이나의 말에 주원이 시간을 확인한 뒤 이나에게 물었다.


“너 안 피곤하면 삼청동 가서 좀 걸을래? 여기서 가까운데.”

“삼청동? 그래! 나 거기 완전 좋아해. 구경할 것 많잖아.”

눈을 반짝이는 이나를 보며 주원이 미소를 지었다.


“그래. 그럼 좀 걸으면서 구경하다가 저녁 먹고 들어가자.”

“오. 저녁까지? 이주원, 오늘 너무 스윗한 거 아니야? 일요일 하루를 나한테 다 쓰네?”

“그래서? 불만이야?”

“아니? 너무 황송해서 몸 둘 바를 모르겠는데?”

주원이 피식 웃으며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다.


 

* * *

20분 정도 달린 후 삼청동 근처에 도착한 두 사람은 주차를 한 뒤 차에서 내렸다.

차에서 내리자 가을 향기를 물씬 품은 시원한 바람이 불어왔다.

기분 좋은 미소를 지으며 이나는 주원과 함께 입구 쪽으로 걸어갔다.

주말이라 그런지 삼청동 입구 거리는 오가는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가족끼리, 친구끼리, 혹은 연인과 온 사람들이 저마다 생기 띤 얼굴로 수다들을 떨며 걸어가고 있었다.

이나도 반짝거리는 눈망울로 주원과 그 대열에 합류했다.

주원과 천천히 한옥이 죽 늘어선 길을 걷는데 앞으로 쭉 뻗은 돌담길이 너무 예쁘고 아늑하게 느껴져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여기는 올 때마다 느낌이 색다른 것 같아. 서울 한복판에서 한옥 감성을 느낄 수 있으니까.”

“응. 나도 많이 와 본 건 아닌데 올 때마다 색다른 느낌이긴 해.”

주원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는데 맞은편에서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남자애들 세 명이 걸어오고 있었다.

자기들끼리 거칠게 몸 장난을 치면서 걸어오던 중 그중 한 명이 휘청하며 이나 쪽으로 기우는 순간 주원이 재빨리 이나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안쪽으로 몸을 틀었다.

남자애는 결국 주원의 어깨에 부딪혔고 곧바로 죄송합니다, 하고 사과를 했다.

주원이 눈빛으로 주의하라는 표시를 준 뒤 이나를 내려다봤다.


“괜찮아?”

“어? 어. 난 괜찮아.”

대답하는 이나의 볼이 살며시 붉어졌다.

조금 전, 주원이 자신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몸을 틀었을 때 이나는 주원에게 안기다시피 됐었고 그 순간 갑자기 심장이 두근거렸다.

그걸 알 리 없는 주원이 이나의 눈을 빤히 내려다보며 괜찮으냐고 묻자 그 눈빛에 또 심장이 벌렁거리기 시작했다.


‘나 진짜 요즘 왜 이러는 거야? 심장 검사라도 받아봐야 하나, 진짜?’

이나가 빨개진 자신의 볼을 가리며 주원에게 어서 가자고 했다.

두 사람이 다시 걷기 시작하는데 저만치 아기자기한 상점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입구에서 봤던 것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게 보였다.

모든 사람들이 다 삼청동으로 나와 있나 싶을 정도의 인파에 이나의 눈이 커지는 찰나 주원이 손을 뻗더니 이나의 왼쪽 손목을 잡았다.

이나가 쳐다보자 주원이 고갯짓으로 인파를 가리켰다.


“사람이 많으니까.”

이나가 고개를 끄덕이는 순간 심장이 찌르르했다.


‘손도 아니고 손목인데 왜 또 찌르르하는 거야…….’

자꾸만 이상 반응을 보이는 자신의 심장에 이나가 슬며시 입술을 깨물었다.

이내 상점 쪽으로 발걸음을 옮긴 두 사람은 이곳저곳을 구경하며 걸었다.

빈티지 숍, 장난감 숍, 모자 숍 등,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숍들을 구경하며 지나가는데 이나가 한 귀걸이 숍 앞에 멈춰 섰다.

연예인도 협찬한다는 커다란 문구가 적혀 있는 숍 안에는 여러 가지 다채로운 디자인의 귀걸이들이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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