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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베팅 이용후기
라일락 : 2023,08,22 01:27   |   조회수 : 90
약점을 들킨 것 같아 어색하게 웃었다.

“애정이라……. 하긴 그런 가족이면 있던 애정도 없어질 거 같긴 하군.”

“맞아요.”

“좀 이상한 면이 있기는 해. 조사해 본 바로는 그 백작 부부나 이사벨라 그대나 별반 다를 게 없었다고 하던데…… 갑자기 어느 날 바뀌었다지?”

순간 생각 없이 마시던 찻물을 뱉어 버릴 뻔했다.

“네.”

“왜 생각을 바꾼 거지?”

이 몸의 영혼이 바뀌어서요. 저도 왜 제가 이 몸에 들어오게 되었는지 전혀 알지 못하겠지만, 어느 날 악역 꿈나무를 학대하는 언니가 되어 버려서요.

그래서 처음에는 안 죽으려고 마음을 달리 먹은 건데…….

“사랑스러워서요.”

“사랑스럽다?”

“이전에는 보이지 않던 게 어느 날 보이더라고요. 그러고 나서는 후회되기 시작했어요. 내가 한 모든 일이. 그때부터인 거 같아요. 갑자기 사랑하게 되었고, 그래서 갑자기 변하게 되었네요.”

소설이라는 이야기를 해 봤자, 이 몸의 미래를 알아서 샤넨시아의 미래를 바꾸려다가 사랑하게 되었다라는 말을 해 봤자 하등 쓸모없을 것을 아니까.

“벨라. 나는 그대가 또 미래를 본다느니, 그래서 바뀌기로 마음먹었다느니 그런 말을 할 줄 알았어.”

“믿지 못할 말들 아닌가요?”

“갑자기 사랑하게 되었다라는 말보다는 믿을 만하겠지.”

이X이. 못 믿을 거 같아서 일부러 다르게 이야기했더니, 뭐가 어쩌고 저째?

“하지만 듣기는 좋은 말이야.”

“네?”

“사랑하게 되었다라는 말. 그게 무엇인지…… 조금은 알 거 같거든.”

아. 르델로를 조금은 사랑하게 되었다는 그런 말인가. 찻잔을 입 근처에 대고 있던 리안드로는 비웃듯 피식 웃었다.

거기에 더 물어볼 줄 알았던 리안드로는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바람이 불 때마다 사르륵사르륵 나뭇잎이 움직이는 소리가 들려오고, 찻잔이 들고 내려지는 소리만 나는 곳.

그곳에서 우리는 한참 동안이나 차를 마셨다.

“저는 폐하께서 제가 미래를 볼 줄 알아서 곁에 두신 거라 생각했어요.”

“리안.”

“아아. 네. 리안……. 당신이. 그래서 저를 곁에 둔 줄 알았어요.”

하여튼 예민함의 끝판왕이라니까. 무의식적으로 튀어나온 황제라는 말을 바로 알아차리다니.

“처음에는 그런 이유였지.”

“네.”

“그런데 곁에 두다 보니 굳이 그게 아니었어도 내 옆에는 당신이 있어야 했을 거 같더군.”

“왜요?”

“이상하게 벨라, 당신에게만큼은 혐오감이 들지 않아.”

그의 말에 나도 의아해졌다.

“왜일까요.”

“글쎄. 여러 가지 추론해 봐도 딱히 결론이 나지 않더군. 널 볼 때마다 내 동생이 생각나서? 외양이나 무엇 하나 닮은 건 없지만, 그래도…… 자랐으면 너처럼 뻔뻔하고, 얼굴에 감정을 뻔히 드러내면서 내가 지적하면 아니라고 빽빽 우겨 대었을 거 같거든.”

이게 좋은 건지 나쁜 건지 구분이 가질 않아서 리안드로를 가만히 바라봤다.

“그래서일 거라 생각하기도 하지만, 또…….”

“또?”

“아니다. 굳이 그런 이야기까진 할 필요가 없을 거 같군.”

뭘 말하려고 했던 건지, 그는 심각한 표정을 짓다가 고개를 저었다. 무언가 나를 위하는 듯 말을 끊은 듯했지만, 어떻게 그게 더 기분이 나쁘다.

“왜 사람이 말을 하다 말아요.”

“굳이 할 필요를 못 느꼈으니까.”

못 느꼈으면 처음부터 말이나 꺼내지 말든가. 사람 궁금하게.

나는 어쩐지 시무룩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 하지만 리안드로는 내 표정에 도리어 말을 돌릴 뿐이었다.

“그보다. 르델로와는 잘 지내나?”

“네. 매번 와서 화를 내거나 짜증을 내긴 하지만, 그래도 꼬박꼬박 와요.”

맨날 샤샤와 한바탕하긴 하지만……. 글자를 막 배우고 있는 상태여서, 샤샤와 르델로의 사이는 더욱더 나빠졌다.

언제는 돼지랑 눈 토끼라며 서로를 부르더니, 요새는 매일매일 누가 더 많은 글자를 맞혔나, 못 맞힌 사람은 바보라며 서로를 골리기 바빴다.

황제 앞에서 이런 말은 할 수 없었기에 난 어색하게 웃었다.

“그래도 잘 지내는 거 같아요.”

“다행이군.”

“그럼 이야기 좀 해 줘요.”

“이야기?”

“르델로에 대한 이야기요. 아이가 어떻게 왔는지까지는 알고 있지만…… 그래도 무언가 정보가 있어야 할 거 같아서요.”

아, 하고 작은 탄식을 내뱉은 그가 깊은 한숨도 함께 뱉어 냈다.

“그렇군.”

“이야기하기 힘든 거면…….”

“어디서부터 무얼 이야기해야 할지 모르겠군.”

머리를 긁적이던 그가 어깨를 들썩였다.

“무엇을 이야기할까. 아이가 이곳에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말했지?”

“네.”

“그게 전부야.”

“아이의 모친에 대한 건…….”

역시나 모친에 대한 건 숨기고 싶은 듯 그가 고개만 절레절레 흔들었다.

“많이 싫은가 봐요. 그분에 대해서 이야기하지 않는 걸 보니.”

“그 사람만 생각하면 정신 상태가 끔찍하게 변하거든. 나조차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도대체 무슨 일이 있던 걸까. 르델로의 모친과 황제 사이에선.

두 사람은 사랑했을 테고, 그러니 아이를 낳았을 것이다. 그렇게 사랑했을 텐데, 황제는 왜 저리도 르델로의 모친을 싫어하는 걸까.

‘혹…… 그녀가 그의 여성 혐오를 만들어 준 장본인인가?’

아무리 봐도 그게 아니고서야 답이 없을 거 같다.

어렸을 때부터 황제가 여성 혐오를 지니고 있었다는 말은 설명되어 있지 않았다.

물론 그 당시에 리안드로는 이름조차 잘 알려지지 않은 황자였을뿐더러, 아무도 신경을 쓰지 않았으니, 그가 어렸을 때부터 여성혐오를 가지고 있었더라도 아무도 몰랐겠지.

하지만 아무리 봐도 그때부터는 아니었던 듯싶다.

황비와도 잘 지냈고, 자신의 어머니였던 선황후가 인간을 혐오하게 만든 사람 중 하나라 했으니, 그때는 이 정도까지의 여성 혐오는 아니었을 거다.

“아아, 그러면 리안. 당신은 사랑하는 사람이 있나요?”

그 사람인지 묻는 말이었다. 오늘이 아니면 어쩐지 물을 수 없을 것 같았다.

“없다.”

그리고 어느 때보다 그의 대답은 단호했다.

“그런 걸 왜 묻는지 알 수는 없지만, 물으니 대답해 주도록 하지. 없어. 그런 사람은.”

“아…….”

“어찌 되었든 원래의 이야기로 돌아가도록 하지.”

아예 그 이야기를 입 밖으로도 꺼낼 생각이 없는 것처럼, 리안드로는 다시금 아이들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르델로에 대한 정보, 내가 아는 게 있다면, 르델로의 상태가 조금은 이상하다는 거야.”

“이상하다니요?”

“르델로는 자신이 보육원에서 자랐다고 했어. 그것은 사실이었고. 주입식 교육이라도 받은 것처럼, 길거리를 헤매고 있을 때 누군가가 자신을 ‘그’ 보육원에 두고 갔다고 하더군. 자신의 이름조차 모르고, 어딘지 불안해 보이는 아이를.”

소설 속에서는 등장하지 않던 이야기였다.

“보육원장을 직접 불러다가 이야기해 볼 좋은 기회였다.”

그녀는 선황제의 부름에 딱 한 번 조사를 받았다. 하지만 지독하게 끔찍한 시간이었다며 정신 착란 증세를 보였고, 그로 인해 다시는 황녀에 대해서는 입을 열지 않겠노라 했었지.

“내가 듣고 싶었던 과거의 이야기는 듣지 못했지만, 르델로의 이야기는 어느 정도 들을 수 있었다. 르델로는 자신이 주장한 것과 동일하게 기억이 없는 채 보육원에 입소했다고 해. 그리고 그곳에서 딱히 기억을 되찾거나 하진 못했고. 보육원장은 그런 아이를 데리고 있다가 갑자기 아이가 사라졌다고했지.”

“그게 끝이에요?”

“황궁에 들어오게 된 건 갑작스럽게 이곳으로 가라던 누군가의 목소리가 떠올라서였고, 그래서 날 만난 거라 하더군. 자신이 황족이라고 하면서. 당당히 이야기하며 내게 물건 하나를 내밀었다.”

지난번에 들었던 이야기. 별다를 게 없는 이야기였다.

“리안. 당신은 어떻게 생각해요? 아이를 그곳에 누가 버렸을 거 같아요?”

“기억이 없으니까 헤매다가 간 거겠지. 설마 모친이라는 여자가 그곳에 아이를 버리고 갔을까?”

리안드로는 이미 아이의 모친이 누군지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다. 그래서였을까? 그는 단호했다. 절대 모친이 그곳에 버리고 간 게 아니라고.

하지만 헤매던 르델로를 누군가 ‘그’ 보육원에 두고 갔다라는 건 너무 이상했다. 그도 알면서 모르는 척하는 건지, 정말 우연의 일치라고 생각하는 건지 알 수는 없지만.

“아이를 데려다주었다는 사람은요?”

“그저 지나가는 사람이었다더군. 르델로도 같은 증언을 했고, 보육원장도 남자를 봤다 했어.”

“그렇군요. 그런데 그 보육원, 아이들을 받을 때 두 유형의 아이들로 받지 않나요?”

“……네가 그런 걸 어찌 알지? 그 보육원에 대해 무언가 아는 건가?”

“아뇨. 그냥 르델로와 이야기하면서 알게 되었어요.”

기대하는 듯 살짝 빛났던 리안드로의 눈동자가 차갑게 식었다.

“그렇겠군.”

“르델로가 당신에게는 보육원에서의 일들을 말하지 않았나요?”

“그냥, 잘 지냈다. 이 정도로 말하는 게 전부지. 하나하나 다 말하진 않아.”

다행이다. 혹시나 싶어서 말한 건데. 다행히 르델로 핑계를 댄 게 먹혀들어 간 모양이다.

사실 그 보육원에 대해서 말하는 건 조심스러웠다. 미래를 본다는 어쭙잖은 말을 꺼내지 않은 건 그 탓이었다. 황제가 아직도 제 동생을 찾고 있다는 걸 알고 있으니까.

그 보육원의 보육원장을 아직도 리안드로가 의심하고 있다는 걸, 그래서 미래를 본다는 말을 했다가 그가 어쭙잖게 기대할까 봐 급하게 르델로 핑계를 대었다.

“그렇군요.”

“아쉽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래서 맨 처음 르델로가 입고 있던 옷은 어떤 건가요?”

“갑자기?”

“네.”

“평범했어. 일반 평민들이 입을 아주 평범한 옷이었지. 평범한 차림새로 불쑥 튀어나와서는 자신이 황족이라 해서 황당했거든.”

그럴 리가 없어. 평민의 옷을 입고 있었다면, 보육원장이 아이를 노예가 아닌 입양 갈 아이로 받았단 말인데……?

“기억도 없고, 옷도 평민 옷에……. 지금보다 말라 있었죠?”

“그래.”

“그럼 무언가 거짓말을 한 것 같네요.”

“거짓말?”

“그 보육원은 두 유형의 아이들을 받는 곳이잖아요. 행색을 보고 스타베팅 가기 좋은 아이들을 받고, 또 하나는 자신의 아래에서 허드렛일을 할 아이를 받죠. 르델로가 어울렸던 친구는 허드렛일을 하는 친구였어요. 그런데 누구보다 평범했던 르델로가, 심지어 지금보다 말랐던 르델로가 입양을 보낼 아이로 귀히 키워졌다는 건…… 좀 모순 아닌가요?”

나도 모르게 말을 우다다 뱉어 냈다.

그 말에 황제는 아, 하는 작은 탄식을 내뱉었다. 거기까지는 전혀 생각하지 못한 사람처럼.

“그렇……군.”

“조금 더 알아보셔도 될 것 같아요. 그 부분에 대해서는.”

“……알았다.”

그리고 르델로가 우리에게 말하지 않고 있는 그 무엇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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