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남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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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하고 싶었던 1박 2일
함성수 : 2012,05,07 22:09   |   조회수 : 744
아쉽고 안타까운 마음에서 다시 안 올 임진년 봄을 뒤 늦게 나마 만끽하고자 쉽지 않은 가족 여행길을 나섰습니다.
두 가족 일곱식구가 같이 가는 여행길에서 가장 중요한 잠자리마련의 중책을 맡고 싶지 않아서 마눌에게 "당신이 잘 알쟎아"라는 말로 완장을 채워줬습니다.
잠시후 마눌이 어디선가 건저온 '아름다운 산골'
인터넷에 소개된 '아름다운 산골'을 보고 느낀점은 전산일을 하는 나로서는 홈페이지 잘 만들었네...일단 좋아보이지만 사진빨일걸...모 이정도...
녹녹치 않은 나이로 말미암아 의심만 늘어서 마음이 그다지 혹하지는 않았지만 마눌말을 듣는게 만수무강에 지장이 없다는 평소의 소신으로 마눌님의 선택을 따르기로 했죠.
여행의 첫날 지리산의 이러저러한 아름다움으로 맘이 풍족했고 어느새 때가 되어 숙소로 향했습니다.
숙소에 대해서는 다소 식상한 전통가옥 체험 프로그램 그 정도로 생각했기 때문에 그 다지 기대하지 않았습니다.
또 시세(?)가 그러하겠지만 단지 하룻밤에 십만원단위가 개눈감추듯이 사라지는 것도 썩 내키지는 않았죠.
이런 저런 사소한 불만으로 투덜거리면서 화개장터를 지나 쌍계사를 지나 문제의 목적지에 다다랐습니다.(가는길 끝내줍니다. 10리 벗꽃길이라든데..명불허전..담에는 벗꽃필 때 꼭 와야지!!!)
네비에서 목적지부근이라는 안내가 나오고 딱 눈에 들어오는 곳이 바로'아름다운 산골'....
맛집소개 코너처럼 호들갑스럽게 오버엑션은 하고 싶지 않지만 '아름다운 산골' 대문으로 우회전하는 순간 지리산 노고단 등정의 피로와 5월 답지않은 쓸데없는 더위로 인한 피로가 일순 봄눈 녹듯이 사그러 들었습니다.
'아름다운 산골'이라는 이름에서 더 더할것도 뺄것도 없이 딱 그 모양새입니다.
아담하고 소박한 황토집이 빼어난 산자락과 참 어울렸고 숙소를 끼고 흐르는 개울물은 아이들 놀기에 딱 이었었습니다. 평소 물이 없는 곳은 팬션이 아니다라는 얼척없는 주장에 100% 부합할 수 있는 훌륭한 개울이었고 자세히 보니 제법 큰 물고기도 있고 여름이면 물놀이도 할 수 있는 제대로 된 계곡입니다.
엄마들이 아이들을 위한 일이라며 선택한 아궁이 불때기 체험도 했습니다. 초여름 더위에 임진왜란 때 사명당도 아니고 무슨 불을 지피냐고 더위탐이 심한 제가 투덜거렸으나 빼어난 옵션이였습니다.
아이들이 신기해 하고 재미있어 했고, 아이들이 좋으니 덩달아 어른도 좋고.
'역시 여자 말을 들어야 해!!!'
그리고 1박2일의 핵심 바베큐타임..내 집 앞마당같은 곳에서 널찍한 테이블에서 산소리, 물소리에 고기 익는 소리 들어가며 맛있게 냠냠.
변덕스런 산속 날씨로 갑자기 뜸금없는 비가 내렸으나 주인 아줌마의 민첩하고 익숙한 상황대처로 인해 비맞은 고기를 씹는 불상사는 없었습니다.
오히려 파라솔에 튕기는 빗소리의 운치로 한병 마실 술을 두병 마셨죠.
본격적인 잠자리에서 아까 그 아궁이 불에 따끈따끈한(주인 아주머니가 적당히 온도를 맞추어 주셨네요) 방은 안방마님들이 차지했고 난 우리애와 이층에서 잤습니다.
아쉬운건 변덕스런 날씨 탓에 그 아름답다던 별밤을 느낄 수 없어서..
(아! 여기는 뚫린 천장-와 보시면 알 수 있음-으로 별 보면서 잘 수 있어요)
아침에 일어나니 황토에서 자서 어제 저녁 제법 마셨는데도 숙취가 전혀 없네요. 별로 많이 못 잤는데도 전혀 피곤하지도 않고요. 황토가 무슨 순기능을 하는건지도 모르겠네요
아침을 해 먹고(여기 겉보기가 황토집이라 내부시설이나 편의용품 부족할 거 같지만 오히려 다른 곳보다 편합니다. 특히, 수건이 많아서 좋았다는 울 마눌님의 한마디) 또 다른 일정으로 길을 나섰지만 여러모로 떠나기 아쉬운 발걸음이였다.
평소 자취를 남기는 스탈이 아니라 글 쓰는 것도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왠지 '아름다운 산골'과 함께 짧지만 행복했었던 일곱식구의 1박 2일을 남기고 싶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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